글 : 김성호(<현금경영> 저자)
삼성물산이 1997년 출범시킨 홈플러스는 1999년 영국 테스코(Tesco)가 경영권을 쥔 뒤 문화센터·푸드코트를 결합한 복합 매장 전략으로 이마트·롯데마트와 함께 대형마트 빅3로 자리 잡을 만큼 급성장해서, 2013년에는 매출 8조 9,298억 원, 영업이익 3,382억 원을 기록한 견고한 2위 사업자였다.
하지만 2015년에 테스코는 한국 사업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에 100%지분을 7조 2,000억 원에 매각했다. 그것은 당시 국내 M&A 사상 최대 규모의 빅딜이었다. 당시의 매각가격을 두고 지나치게 비싸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문제는 가격보다 MBK가 인수자금을 조달한 방식에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MBK가 실제 투입한 자기·투자자 자금은 3조 원 안팎이었고, 나머지 약 4조~5조 원은 홈플러스의 자산과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한 차입으로 조달됐다. 전형적인 LBO(Leveraged Buyout, 차입매수)였다.
LBO의 본질은 간단하다. MBK는 약 3조 원의 자기자본성 자금을 투입하고, 나머지는 인수금융(Acquisition Financing)을 통해 조달하여 테스코에 인수대금을 지급했다. 인수금융은 법적으로는 MBK가 설립한 인수목적회사(SPC)가 차입한 자금이었지만, 그 상환 재원은 인수 이후 홈플러스가 창출하는 영업현금흐름과 보유 자산의 가치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였다. 다시 말해, 홈플러스가 앞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은 미래의 성장과 투자뿐 아니라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금융부채를 상환하는 데에도 사용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홈플러스의 인수 직전(2015년 2월 말) 1조 6,178억 원이던 차입금은 2024년 11월 말 5조 4,620억 원으로 늘었다. 약 3.4배, 금액으로는 3조 8,442억 원이 불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자본총액은 2조 2,958억 원(2015년 2월)에서 2,653억 원(2024년 2월)으로 88.4% 쪼그라들었다.
이렇게 설계된 LBO의 독은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그것을 알기 위해 우리는 순이익에 주목해야 한다. 같은 2015년, 영업손실은 1,490억 원이었지만 당기순손실은 2,903억 원이었다. 그 차이 약 1,400억 원의 상당 부분이 인수차입금에서 발생한 금융비용이었다. 요컨대 LBO는 손익계산서의 위쪽(영업이익)이 아니라 아래쪽(순이익)을 갉아먹었다. 사업이 벌어들인 돈을 이자가 삼키는 구조였다.
아래는 인수 직전(2014 회계연도)부터 가장 최근(2025 회계연도)까지 홈플러스의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을 정리한 것이다. 별도재무제표 기준이며, 회계연도는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다(예: 2015 회계연도 = 2015.3~2016.2). LBO가 한 기업의 손익을 어떻게 갉아먹는지, 이 한 장에 12년의 궤적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 회계연도 | 매출 | 영업이익 | 당기순이익 | 비고 |
| 2014 | 70,526 | +1,944 | — | 인수 직전 (테스코 보유) |
| 2015 | 67,468 | −1,490 | −2,903 | MBK 인수 · 일회성 격려금 |
| 2016 | 66,067 | +3,091 | — | 영업이익 반등 (이익률 4.7%) |
| 2017 | — | +2,384 | — | 영업흑자 유지 |
| 2018 | — | +1,510 | −1,275 | 영업흑자에도 순손실 |
| 2019 | 73,002 | +1,602 | −5,322 | 리스회계 반영 · 금융비용 급증 |
| 2020 | 69,662 | +933 | — | 코로나 개시 |
| 2021 | 64,807 | −1,335 | −372 | 영업이익 적자 전환 |
| 2022 | 66,006 | −2,602 | −4,458 | 적자 확대 |
| 2023 | 69,315 | −1,994 | −5,743 | 매출 회복에도 적자 심화 |
| 2024 | 69,920 | −3,142 | −6,758 | 감사 ‘의견거절’ |
| 2025 | 57,963 | −5,464 | −10,010 | 회생절차 중 · 순손실 1조 돌파 |
단위: 억원 · 별도재무제표 기준 · (+)흑자 (−)적자 · “—”는 공시로 확인되지 않은 값(2017·2018 매출, 2016·2017·2020 순이익 미확인).
표에 담긴 숫자에서 우리는 3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1. 이자보상배율의 함몰 — 사업이 이자를 못 버는 순간
기업의 생존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가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 ÷ 이자비용)이다. 이 값이 1을 밑돌면, 본업으로 번 돈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홈플러스는 2017~2020년까지는 간신히 1배를 웃돌았지만, 이후 매출이 하락하고 수익성이 악화되며 1배 미만 구간으로 떨어졌다. 벌어들이는 이익보다 갚아야 할 이자가 더 커진 것이다. 2016~2023년 누적 이자비용은 약 2조 9,300억 원에 달했고 당기순이익은 그 영향으로 적자폭이 심화되었다.
2. 세일앤리스백 — 현금과 고정비의 맞교환
차입 부담을 덜기 위해 홈플러스가 반복적으로 꺼낸 카드가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 Back), 즉 우량 점포를 팔아 현금을 확보한 뒤 그 점포를 다시 임차해 영업을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국회에 제출된 자료 기준 부동산 직접 매각은 약 1조 8,000억 원, 세일앤리스백을 포함한 전체 자산 유동화 규모는 약 4조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급한 빚을 갚았다. 그러나 매장이 소유에서 임차로 바뀌면서 매년 약 4,000억 원의 임차료라는 고정비로 새로 발생했다. 이것이 이 사건의 회계적 핵심이다. 세일앤리스백을 통해 자산을 현금화하는 대신 비용을 급격히 증가시켜 수익구조를 악화시켰다.
3. 산업 구조의 격변 — 통제 불가능했던 외생 충격
재무구조가 취약해지는 동안 시장 자체가 무너졌다. 2016년 이후 쿠팡의 로켓·새벽배송,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컬리, SSG 등 이커머스가 소비 축을 온라인으로 옮겼고, 코로나19가 이 전환을 가속했다. 대형마트는 임차료·인건비·냉난방·물류 등 고정비 비중이 큰 사업이어서, 매출이 5%만 줄어도 영업이익은 30~50%씩 무너지는 역(逆)레버리지가 작동한다.
경쟁사 이마트·롯데마트가 조 단위 자금을 온라인 전환과 점포 리뉴얼에 투입할 때, 홈플러스는 벌어들인 현금 대부분을 이자와 임차료에 묶인 채 미래 투자에 쓸 실탄이 없었다. 2019 회계연도 7조 3,002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매출은 이후 5년 연속 6조 원대에 머물렀고, 2021 회계연도부터 4년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 2024 회계연도(2024.3~2025.2) 영업손실은 3,142억 원이었다.
회생과 폐지 — 법원은 무엇을 보았는가
2025년 3월 4일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고, 신청 당일 약 11시간 만에 개시결정이 내려졌다. 회생은 파산과 다르다. 영업을 지속하면서 법원 감독하에 채무를 조정해 기업을 살리는 제도다.
회생계획의 핵심은 대형마트를 67개 핵심 점포로 재편해 사업성을 개선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이를 실행하려면 최소 2,000억 원의 긴급 운영자금(DIP Financing)이 필요했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슈퍼마켓 부문)를 NS쇼핑에 매각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대금은 상당 부분 밀린 임금 지급에 쓰이며 본체 회생의 실탄으로 남지 않았다.
2026년 7월 3일,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수정 회생계획안의 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보아 관계인집회의 심리·결의에 부치지 않고 인가 전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다만 법원은 결정일로부터 즉시항고 기간(14일) 내에 2,000억 원을 조달해 항고하면, 스스로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절차를 재개하는 “재도(再度)의 고안”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그 시한이 바로 2026년 7월 20일이다.
법원 판단의 결정적 근거는 회계장부가 아니었다. 법원은 잔존 사업부의 M&A가 이뤄지지 않은 채 매출은 줄고 공익채권은 급증하는 상황에서, 홈플러스를 계속 유지할 때보다 지금 청산할 때의 가치가 더 크다고 보았다. 즉 “회사가 어떤 자산을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회생계획을 실제로 이행할 현금을 조달할 수 있는가”가 인가 여부를 갈랐다.
마지막 자금의 향방은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그룹의 대립에 걸렸다. MBK는 “메리츠가 2,000억 원 DIP를 지원하면 그중 1,000억 원에 대해 MBK와 김병주 회장이 연대보증하겠다”는 입장을, 메리츠는 “대주주가 먼저 책임 있는 자금을 투입해야 하며, 김 회장 개인 지급보증을 전제로 한 1,000억 원 외에 추가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팽팽히 고수했다.
양측이 서로에게 위험을 미루는 사이 실질적으로 아무 자금도 들어오지 않았고, 투자은행 업계는 즉시항고 기한을 사실상 마지막 협상 창구로 지목했다. 그리고 7월 14일 현재까지 양자 간의 뚜렷한 합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누가 돈을 잃고, 누가 돈을 벌었나?
그래서 MBK는 이 인수로 돈을 벌었을까, 잃었을까. 답은 하나로 떨어지지 않는다. 딜(투자) 자체로는 잃었지만, 운용사 MBK라는 회사는 실속을 챙겼다. 이 모순을 이해하려면 사모펀드의 구조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사모펀드에는 두 주체가 있다. 회사를 고르고 사고 운영하고 파는 결정을 독점하는 운용사(GP·무한책임사원), 그리고 돈만 대고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 출자자(LP·유한책임사원)다. MBK가 GP이고, 국민연금·새마을금고 같은 기관이 LP다. 인수대금 7조 2,000억 원 가운데 LP가 댄 지분(에쿼티)이 약 3조 원, 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한 인수금융이 약 4조 원이었으며, 운용사 MBK가 넣은 자기 돈은 사실상 거의 없었다.
먼저 잃은 쪽을 보자. 투자 자체는 실패로 끝났다. MBK가 넣은 에쿼티 약 3조 원의 회수율은 원금의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국민연금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5,826억 원과 보통주 295억 원 등 6,121억 원을 투자했는데, 2024년 말 약 9,000억 원으로 평가되던 이 RCPS의 공정가치가 2026년 초 0원으로 전액 손실 처리됐다. 약 1조 원에 이르는 국민 노후자금이 손실 위기에 놓였고, 대주주 지분 100%의 가치도 사실상 소멸했다. 펀드와 그 돈을 댄 투자자(LP)는 대규모 손실을 본 것이다.
그런데 운용사 MBK는 사정이 다르다. 사모펀드 운용사는 투자가 대박 나야만 버는 것이 아니라, 펀드를 굴리는 대가로 운용자산 총액의 일정 비율(통상 1~1.5%)을 성과와 무관하게 매년 받는다. 조 단위 펀드라면 매년 수백억 원의 관리보수가 홈플러스의 적자 여부와 상관없이 들어온다. 인수 후 10년 넘게 이어졌으니, 보도에 따르면 MBK가 홈플러스 관련 펀드 운영으로 챙긴 수익은 1조 원대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MBK에게 있던 진짜 위험 — 인수금융 약 4조 원의 부도(디폴트) 위험 — 마저 회사의 자산을 팔아 해소했다. 우량 점포를 세일앤리스백으로 팔아 마련한 현금을 회사를 키우는 목적이 아니라 인수금융을 갚는 데 우선 썼고, 그 결과 은행 빚과 함께 ‘대출을 못 갚은 운용사’라는 신용 낙인의 위험이 사라졌다. 위험이 소멸한 것이 아니라 운용사에서 회사로 옮겨간 것이다. 대신 홈플러스는 자기 건물을 남의 건물로 바꾸며 매년 4,000억 원의 임차료를 지불하는 고비용 구조의 회사가 됐다.
현금은 자산 매각으로만 이동한 게 아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인수 직후인 2016~2018년 모회사 홈플러스스토어즈에 3년간 약 1조 2,130억 원을 배당했고, 대주주 측에 1조 원대 RCPS 부채를 지며 2025년까지 약 9,510억 원의 이자를 인식하고 원금도 약 3,425억 원을 상환했다. 다만 MBK는 보통주 배당은 한 푼도 받지 않았고, 지주사로 이동한 자금도 차입금 상환에 쓰였으며, 2조 5,000억 원 규모 보통주 무상소각과 3,000억 원 재정지원 등으로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쟁점들은 현재 금융감독원 제재심과 검찰 수사에서 다퉈지고 있다고 한다.
결국 진짜 손실을 떠안은 쪽은 회사 밖의 약자들이다. 연이은 폐점으로 고용이 흔들린 약 1만 5,000명의 직원, 회생계획을 알지 못한 채 전자단기사채를 사들인 개인투자자, 미수금에 노출된 납품·협력업체, 보증금과 권리금이 걸린 입점 점주, 그리고 노후자금을 맡긴 국민연금이 그들이다. 이익(수수료와 위험 회피)은 운용사가 가져가고, 손실(원금과 고용, 생존권)은 투자자와 사회가 나눠 진 셈이다. 홈플러스 사태가 사모펀드의 ‘약탈적 자산 짜내기(Asset Stripping)’ 논쟁의 한복판에 서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겨진 교훈 — 현금은 사실이다
홈플러스 사태는 단순한 유통 공룡의 몰락이 아니다. 좋은 사업도 자본구조가 나쁘면 무너질 수 있다는 것, 회계상 이익보다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기업의 생명선이라는 것과 같은 원칙들을 값비싼 대가로 증언한다.
제도도 뒤늦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사모펀드의 과도한 차입인수를 겨냥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됐고, 금융감독원·검찰·국세청이 조사에 나섰다. 이미 유사한 사태를 겪은 미국과 유럽은 인수 부채에 대한 운용사의 연대책임, 인수 후 일정 기간의 배당·자산유출 제한 같은 장치를 두고 있다. 관건은 빚을 지운 자가 그 결과에 책임을 지도록 위험과 보상을 다시 정렬하는 것이다. 그래야 앞으로 홈플러스와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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